by 다야코

[노리시마] 회색세계의 탈출구 : ( 두번째 길








……….
………….
…………….

……………………………….



-*-*-*-*-*-*-*-*-*-*-*-*-*-*-*-*-*-*-*-*-*-*-*-*-*-




"───, 아파, 토오코."
"가만히 있어, 노리코양."
"─아얏! ──아,프다니, 까."
"………."

움직이면 소독약 흘러버린 다니까, 조금 뾰루퉁한 표정으로
토오코가 얼굴을 더 가까히 들이민다.
──가깝잖아, 하고 무심코 얼굴을 뒤로 빼려하는 데 토오코는
인상을 찌푸리며 현재 침대위에 앉아있는 노리코의 어깨를
잡고 솜을 움직였다.

"노리코양은 참을성이 없어."
라며 치료를 계속하는 토오코.
"───."
그런 토오코를 약간 불만섞인 눈초리로 바라본다.

양호실 안에는 노리코와 토오코뿐.
노리코네가 양호실에 도착했을 때에는, 양호선생이 이미
돌아간 후였지만, 다행히 문이 열려있었기에 아무 탈 없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쨰각 째각 째각.
시계초침소리만이 방 안을 매우고, 순간 번쩍하 듯 스치고
지나가는 통증에 노리코가 인상을 찌푸렸다.

"하아,"
"하아, 가, 아닙니다. ㅡ봐, 소독약이 흘러버렸잖아."

라며, 집게를 쥐고있지않은 손으로 스윽 하고 노리코의
볼을 훔친다.

"─토오코?"
"──정말이지, 움직이지 마세요, 노리코양."
"아, 응."

순수히 토오코의 말을 따르면서 노리코가 살짝 고개를
갸웃한다. 움직이지 말라니까, 하고 곧장 토오코의 힐책이
따라와 노리코는 윽, 하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열심히 작업중인 토오코, 가.
뭐랄까, 평소와는 조금 달라보인다.
저기-, 하고 입을 여는데 토오코가 노리코에게서 한걸음
떨어지더니 이내 뒤돌아 솜을 버리고 집게를 제자리에
놓고, 가까운 싱크대로 멀어져갔다.
쏴아아아아-,
물이 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소리.
토오코는 손을 씻는 것 치고는 조금 길게, 한동안 손을
터져나오는 물 밑에서 맞대고 비비기 시작한다.
쏴아아,, 쏴아아아, 솨아아-
툭툭툭툭
물이 터져나오는 소리와 물방울이 싱크대에 부딪히는 소리가
이어진다.
쏴아쏴쏴, 쏴아아,
툭툭툭툭툭툭툭툭

"───,"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무심코,

"고마워. 토오코."
하고, 노리코가 입을 열었다.

"………."

쏴아아쏴쏴쏴아─,
토오코는 대답하지 않는다.
쏴쏴쏴쏴,
툭툭툭툭툭툭
계속되는 물소리.
토오코는 그렇게, 조금 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말없이 손을 닦았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
……그렇게 불쾌했었나. 남의 상처를 치료해준게.
하염없이 기다리다 그런 생각마저 했을 즈음, 물소리가
그치고 토오코는 끼익, 소리나게 수도를 잠궜다.  


슥 스윽.
손을 옆에 걸려있는 마른수건으로 훔쳐 물기를 제거한 후
토오코가 오랜만에 이쪽을 본다.

"………."
"……사, 상처에 밴드 붙여줄테니까."
"─응,"

이쪽이 가만히 쳐다보자 갑자기 화를 내며 가깝게
다가와 옆 구급상자에서 작은 사이즈의 밴드를 꺼낸다.
으음, 침대에 앉아있기 때문에 자신보다 키가 커진
토오코를 올려다본다.
……….
얼굴이 빨개져있는 것 같다- 란 것은, 자신의 착각일까.
스윽, 칙.
밴드를 감싸고 있는 종이를 떼어내 끈적거리는 밴드의
양쪽 끝부분을 두 손으로 잡고 그것을 노리코의 뺨 쪽으로
가져온다.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손.
다시 토오코를 올려다보자 예상치않게 이쪽을 보고있는
눈과 시선이 마주친다.
그 눈은, 노리코를 안에 담자마자 불쾌한듯 인상을
썼다.


"토오코. 얼굴이 빨개."
"─야, 약간. 더워서 그런거야."
"그래? 난 별로 덥지 않은데. 게다가 지금 비올 것같이
흐려져있는데─ 아, 땡큐."
"....으응."

어느새 밴드를 다 붙인 토오코가 남은 종이조각들을
쓰레기통에 넣고 돌아온다.
-사뿐.
노리코의 옆에 조심스레 걸터앉으며 토오코가 창문밖을
보았다.
─해는 없다.
그렇기에 노을의 타는듯한 붉은 색도 없고,
단지 어둠만이, 그곳에 있다.
어둡다.
어두워도 너무 어둡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칠흑의 어둠.
비가 내리는 건지, 그제서야 '쏴아아아아──' 하고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돌아갈래? 언니들... 기다리겠지?"
"아,"
".....왜그래?"

고개를 돌려 양호실의 한 쪽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확인한다.
6시 15분.
몇 분 안 걸린 것 같았는데 벌써 6시가 넘었다.
장미관에 다시 돌아간다 라.
처음엔 나오기 싫었지만, 지금은 막상 돌아간다고 하니
망설여진다.
왜냐면, 시마코씨 때문에.
그곳에는, 시마코씨가 있으니까.
지금은 자신의 언니를 만나고 싶지 않다.

"토오코, 좀 더 쉬다가자. 아직은ㅡ"
"어? 에, 그래. 조금 더 있다 가자."
"......"

이상한 사람이다.
아니, 이상하기보단 대단한 사람이다.
만나지 않을 때는 만나는게 두렵다.
만나고 있을 땐 헤어지는 게 두렵다.
어떻게 하든 신경이 쓰여서 제대로 할 수 있는게 없게
만드는 그런, 사람의 마음을 뒤죽박죽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을,
무의식중에 해낸다.

"그저ㅡ 그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노리코양?"

무심코 중얼거렸는지 토오코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상하단
표정을 지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이렇게 있으니까 좋다구."
하고, 싱긋 웃으며 대충 미끄럽게 넘어간다.
토오코의 눈이 커진다. 깜박. 깜박. 입을 살짝 벌리곤
느리게 눈을 깜짝댄다.
그 모습이 우스워 무심코 표정을 풀어버렸다.

"하핫, 토오코 토끼같아!"
"무, 무슨 그런 말을..!! 그러는 노리코양도 웃는 모습이
헤프잖아!"
"하핫, 봐, 눈이 동그랗게 커졌어! 하하!"

시, 실례야! , 얼굴을 붉히고 변호하듯 소리치는 토오코에
다시 한번 웃어재낀다.
싫은 건지, 좋은 건지. 얼굴을 붉히며 소리칠 정도의
반응을 보여주지만, 딱히 이 쪽에게 질타하거나 그런 것은
없는 어중간한 반응이다.

"그만 웃으세요, 노리코양!"
"하하!"

어느새 존댓말을 하기 시작한 토오코.
존댓말을 쓴다는 것은, 정말 궁지에 몰려있다- 라는 토오코만의
표현방법이니까 다시한번 웃어버렸다.

"아- 평소에 토오코는 뭐랄까, 고양이라던가, 쥐라던가,
토끼와는 조금 다른 이미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사람을 동물에 비유하지──"

쿠르르르릉─ 번쩍!

"꺄아아아─!!"
"앗,"

풀썩, 엄청난 기세로 안겨오는 토오코와 함께 뒤로
넘어가 버렸다. 쿠당탕, 뒤로 떨어졌다, 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기세에 침대가 밀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벽과 부딪힌다.

"우, 우와아─..."

본능적으로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토오코를 꼬옥 안는다.
-허억, 놀라 크게 오르내리는 가슴에서 쿵쾅 거리는 소리가
귓가에서 생생하게 울린다.
노, 놀래라.

"괜,찮아? 토오코?"
하고 묻는데 다시,

번쩍!

"히이익!"
"앗, 토오코! 진정, 진정해!"

쿠르르르릉─
번쩍!


"꺄아아아──ㅅ!!"
"──아."


놀라 동공이 커진다.
순간,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놀란 이유는, 천둥번개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갑자기 안겨온 토오코가 지른 비명 때문에는, 더더욱 아니다.

"──잠-깐…,"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토오코를 꼬옥 안아주고 있는 손도, 몸도, 눈동자도,
벌어진 입도, 그대로─, 굳어버렸다.

번쩍!

"──…!!"

ㅡ양호실 문이 열려있다.
반쯤 열어져있는 문 틈 사이로 휘이이잉~ 하고 바람이
몰아쳐온다.
뭐야.
-황당한 것은,
결코 가져온 적 없는ㅡ
지금 바닥에 떨어져있는 자신의 가방이라던가,
분명 교실 우산꽂이에 아무렇게나 쳐밖아놨던,
현재 곱게 접힌 모양이 아쉽도록 바닥에 쓰러져있는 우산이라던가.
─그런 것 보다,

불과 2초가량, 순식간에 스쳐갔지만 그것만큼은
암기한 영단어 보다 단단히 머리에 남은 자신의 기억.  

놀란 듯 크게 뜨여졌지만, 이내 슬픔의 빛은 띄고 만 고요한 눈동자.
휙, 하고 돌아서 뒷모습을 보여주며 찰랑거렸던 레드테비색의 머릿결.
──시마코씨가 여기에 어째서,? 라고 물을 것도 없이,
한순간에 모든 상황을, 이해해버렸다.


"───제발-…!!"


토오코를 옆으로 밀친다.
아니, 밀치기보단 두 손으로 양 어깨를 잡고 자신에게서
떼어내고는 그대로 침대에서 내려와 땅을 박차고 한번에
문가에 다다른다.


"────!!"

바깥을 확인한다.
보이는 것은 어두운 복도.

탁 탁 탁 탁

빗속에 묻혀서 차분치 못하게 달려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노, 노리코양?!"
"토오코…!!"

쫒아나온 토오코가 당황한 표정으로 노리코를 본다.
──입술을 깨문다.
달려갈 것인가.
아님 여기에 남을 것인가.

달려가면 토오코는 교정에 혼자 남게된다.
언제 돌아올지, 10분이 걸릴지, 20분이 걸릴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심장이 두근 거린다.
그것을 견디기 위해 주먹을 쥐며 입술을 깨문다.
이 순간에도, 금방이라도 빗소리에 묻혀 사라질 것만
같은 시마코씨의 발걸음은 희미해지고 있다.
가슴이 뜨겁고 배알이 쓰리다.
이 상황을 견딜 수 없어서, 울상이 된 얼굴로
다시 복도를 쳐다보는데, 토오코가 노리코의 옷깃을
꼭 쥐고있던 손을 느슨하게 하더니,  

"───토오,코,?"

-이내, 바닥으로 늘어뜨렸다.


"노리코양, 빨리 쫒아가봐. 나, 사치코언니와 요즘
집에 일이 있기에 함께 하교하니까. 그러니까, 양호실로
온다고 말했으니까, 곧 이리로 올거야.
평소에도 항상 사치코님이 내가 있는 곳으로 와주셨으니까,
오늘 역시. 오실테니까."
"──토오,코."

쉴세없이 빠르게 말을 내뱉는 토오코.
상황은 잘되었지만, 막상 가라고하니 혼자 남겨질
토오코가 걱정이 된다.
머뭇거리는 세에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 토오코는
바닥에 떨어져있는 가방과 우산을 주워 노리코에게 주었다.

"이거 노리코양 것이지?"
"──아, 아, 응."
"─빨리 가봐..! 시마코씨라고 해도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건 두려울 거야, ──빨리 쫓아, 가세요!"
"───응,"

결의를 굳힌다. 토오코에게 받은 우산과 가방을 품에 안는다.
-사치코님이 온다고 했으니, 이쪽은 괜찮겠지.
한 발, 강하게 내딛으며 체중을 앞으로 실다가 다시
다음 한발로 억지로 달리기를 멈췄다.
잠깐-,

"에?"

놀라는 토오코에 노리코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둘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토오코에게 넘겨준다.

"받아, 나중에 연락할테니까, 핸드폰 꺼놓지마."

그러고는 달리기 시작한다.
쏴아아아아아────,
무섭게 쏟아지는 빗소리.
빨려들어가버릴 것 같은 어둠속으로 발을 내딛이며 노리코는
시마코를 쫓기 시작한다.
다른 곳을 볼 여유는 없다.
물론, 뒤돌아볼 여유도 없다.
-오직 앞을 향해 달려갈 뿐.
찾을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든다.
머리가 휘날리고 땀이 베어나오기 시작한 주먹을 꼬옥 쥐었다.
탁 탁 탁 탁.
앞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자신이 빛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시마코씨…!!"
안타까움에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아직 늦지 않았어, 찾을 수 있을거야.
다짐하며, 노리코는 더욱더 깊은 어둠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문뜩

야옹

하고,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것 같았다








[노리시마] 회색세계의 탈출구
                                                          : ) 두번째 길




 

by 다야코 | 2007/04/21 12:43 | 마리미테ss | 트랙백 | 덧글(0)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